LINK-나무정령, Wood, 가변설치(H:350cm 내외X3개), 2019

 

... 신강호에게 나무는 발견된 오브제이다. 선택의 과정이 작품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작가는 작품의 제작을 위한 발견이 즉흥적이고, 우연적으로 이루어져 자신은 주어진 것에서 선택할 뿐이라고 말한다. 자연 속에서 인간을 비롯한 자연물의 형상을 발견하는 일은 그에게 작품의 첫 번째 단계이다. 이때 신강호는 나무에 자신을 투영하기보다 나무가 지닌 형태로부터 인간이나 다른 자연물의 형상을 읽어내는 방식으로 자연과 소통한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이 생각한 형상을 얻기 위해 다른 가지들을 덧붙인다.
발견된 오브제로서의 자연물인 나뭇가지를 선택하는 데 있어 작가가 중요시하는 것은 자연이 간직한 선과 형태의 아름다움이다. 자연물의 형태는 인간을 위해 그러한 모습을 지닌 것이 아니라 햇빛과 바람을 따라 생존하는 가운데 자연히 생긴 삶의 몸짓이다. 작가는 자연이 간직한 삶의 흔적으로 만들어진 선에서 인간이라는 또 다른 자연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가 자연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생태계의 일원으로서의 인간이 전체 생태계에 참여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개입의 최소화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우위를 말하기보다 생태계 일원으로서의 평등한 지위에서 자연에 접근하도록 한다. 이러한 자세는 작품을 구성하는 형태에서도 드러난다. 발견된 나뭇가지를 군집을 형태를 이루도록 설계하는 것은 하나하나의 개체로서의 자연물이 깊은 연관 관계 속에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신강호의 작품 <Link-나무 정령>에서 보여주는 관계는 인과적으로 분명한 직선적인 관계라기보다 복합적이고 중첩되어 유기적으로 연결된 관계이다. 그리고 숲이라는 작은 생태계로부터 지구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계, 또는 지구 너머의 우주 차원에서 생명이 자리한 관계망의 표현이다.
보이지 않는 관계망은 주워 온 나뭇가지를 이용한 예술적 행위를 통하여 군집형태로 서로를 지탱하며 작품으로 서 있게 된다. 비바람 속에 쌓여 온 자연의 선은 부드럽지만 강하다. 그렇게 중첩된 선은 공간을 장악한다. 생명이 생성되는 공간이다. 생명의 힘이다. 양감이 주는 무게감을 뚫고 나온 선은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들려준다. 3미터에 달하는 선적인 형태의 개체는 스스로를 지탱하여 서 있을 수 없다. 하나의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봄부터 소쩍새가 울고, 천둥이 먹구름이 속에서 울고, 밤새 무서리가 내리고 나에게는 잠도 못 이루는’ 밤이 있어야 한다. 전체가 하나와 관계하고 하나 속에는 만물이 있다. 나뭇가지들이 하나의 작품으로서 서 있는 것은 자연 생태계의 관계망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회적 관계망의 은유이다.
이처럼 이상헌의 작품이 개체에 초점을 둔 관계망을 보여 준다면 신강호는 생태계 전체의 관계망을 조망하게 한다. 생성의 자리는 어떤 것이 우위를 점유하거나, 타자를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배제하는 자리가 아니다. 하나가 좋고 둘이 나쁘다고 셈을 하지도 않는다. 각 개체는 그 자체로 의미 있고 그 자체로 온전한 삶의 잠재태로서 생태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개체는 생태계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기에 인공의 삶에서 배제된 생명은 자연에서 치유될 수 는 것이다. 이 전시가 목표로 하는 자연설계는 결국 생명의 그물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것이 된다. 나무 작업에서 보이는 투박함이나 자연의 결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자연의 편안함을 느끼게도 하지만 낯섦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 세련된 인공의 이미지에 익은 감성에 던지는 그 낯섦으로, 그 불편함으로 찬란함이나 성장이란 이름으로 타자를 끊임없이 포획하는 눈길을 거두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이때 작은 목소리는 작은 목소리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전복적이다. 훼손된 것들에 눈길을 돌림으로써,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말을 끊임없이 함으로써 자신의 시대를 살아나가는 진지하고 정직한 사유를 주목해야 한다. -중략


배태주(미술평론_미학/예술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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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 2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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