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신강호 평문.hwp

 

 

현대 디지털문명이 만든 조형기호 ‘Link’ 와 ‘Network’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18대 대선 당시 ‘국정원 여직원 선거 개입 의혹사건’이 정치적 쟁점이 되면서 정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선거운동이 정점에 이를 당시 국정원이 SNS전담반인 심리정보국 직원 70명과 외부조력자(일명 알바들)와 함께 인터넷 트위터, 다음아고라, 오유 등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댓글 작업으로 통해 선거에 영향력을 끼친 사건이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전직 CIA 직원 ‘스노든 사건’으로 감시사회에 관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스노든은 미국 국가안보국이 2007년부터 비밀리에 운영해온 프리즘이라는 안보 전자감시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입해 왔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여론을 통해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찬반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21세기를 ‘지식정보화 사회’라고 말한다. 이는 정신노동이 주도되는 지식기반사회가 서로 자율적으로 네트워크 되어져 있기 때문에 일컫는 말이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는 상호간의 정보를 디지털로 서로 주고받을 수 있으므로 편리함을 얻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상호간의 협의나 조정 없이 중요한 정보가 유출되거나 악의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일련의 이러한 온라인상의 사건과 문제들은 점차 세분화 되어져 가고 있는 네트워크 사회 속에서 앞으로 생겨날 수 있는 허다한 일들 이런지도 모른다. 현대사회는 점차 최첨단 되는 상호 네트워크를 통해 수많은 링크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조각가 신강호는 이처럼 오늘날 정보화 사회에서 빈번히 사용되고 있는 ‘링크(link)’와  ‘네트워크(network)’에 대한 개념을 조형적 언어로 형상화 시켜내고 있다. 관계성으로 해석되는 ‘link’는 그의 작업을 이끌어 가는 이론적 배경이 된다.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 그리고 ‘사회와 사회’를 서로 이어주는 연결망과 같은 광의적 의미로 해석되는 그의 조형세계는 도자작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투각(透刻)기법을 이용해 시각적 효과를 더욱 극대화 시키고 있다. 마치 나뭇잎의 잎맥과도 같은 비정형적인 문양들로 구성된 표면은 투각으로 생겨난 서로간의 일정한 윤곽선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며 나무와 잠자리의 날개 등 다양한 조형물들을 만들어 낸다. 그물망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유기적인 형태와 기능을 하는 것처럼 우리사회의 모든 기능과 역할들도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어지고 있음을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지난 4월 ‘2013 유리상자-아트스타’ 전시에서 보여준 신강호의 나무 조형물들은 다중 투각된 형태를 통해 많은 메시지들을 읽을 수 있었다. 소나무 껍질의 갈라진 모양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작가는 나무껍질 가장자리로 연결되는 듯한 선들의 형태를 통해 커다란 나무가 지탱하고 성장하는 관계성을 발견하는가 하면 때로는 나무의 생명을 지탱하는 작은 잎맥의 연결선을 통해 경이로운 자연의 생명력을 인지하기도 한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짜여진 선들을 통해 지식과 정보, 가상공간의 소통을 꾀하고 있는 현대 디지털 문명이 소나무의 표면에서 느끼는 선적인 요소와 결부되어 마치 새로운 조형요소로 각인되고 있음을 새롭게 발견한 셈이다.

 

  일정한 두께의 PVC 파이프를 비정형적인 문양으로 투각한 작업과 로봇청소기가 색모래 위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남긴 흔적들은 ‘선(line)’이라는 공통된 기호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제한된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로봇청소기가 만들어내는 흔적의 선들은 수많은 실들로 구성된 그물망과 같은 느낌을 연상시키고 있으며 이는 현대사회가 관계성이라는 네트워킹(Networking)으로 구성되고 있음을 시각적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불리는 현대의 정보화 사회는 빠른 지식과 정보의 소통으로 편리함도 주지만, 첨단으로 치닫는 과학 기술과 물질문명의 개화, 개인주의적 사고의 확산 등으로 윤리적 갈등과 함께 사회적 대립과 분쟁 그리고 정신적 압박감을 유발하는 부정적 요소도 다분히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내부의 부정적 요소들을 그의 조각 작품을 통해 가시화 하고, 부정적인 부분을 보완해 보려는 강한 의지가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며 연동하는 이번 전시 작품들은 새로운 조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장난감 인형처럼 자동으로 연동되는 일종의 ‘오토마타(Automata)’로서 톱니가 서로 맞불려 돌아감으로써 상호 네트워크 되어지는 톱니의 기능을 부각하여 표현한 작업양식이다. 다양한 기계장치가 서로 맞물려 물리적으로 연동함으로써 작가의 작품세계와 직결되어지는 연계성과도 그 의미를 같이 하고 있다. 복합한 구조로 구성된 톱니바퀴라는 기계장치는 한부분이라도 파손되거나 밸런스를 잃게 되면 모든 기능들이 동시에 마비되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늘 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점들은 항상 주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다른 기계장치들 보다 문제점들이 적을지 모른다. 이처럼 우리사회와 작가자신의 모습이 이러한 불안한 구조 속에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시스템과 기계가 맞물리는 듯 정해진 틀대로 움직이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들을 그의 근작들을 통해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청년조각가 신강호는 고착화되어 있는 현대조각의 조형의식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가는 실험적인 작가이다. 대학 졸업 작품전을 위해 제작한 <나는 떨고 있다>는 선풍기를 활용해 인체를 만들고 기계적 구동장치를 첨부해 물리적 움직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종의 정크아트와도 같은 작품들은 하드웨어의 신선한 변화에서 오는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재미를 더 해준다. 아날로그로 대변되는 기계문명에 대한 비판의식 속에서 작가의 존재감을 인식하기 시작한 작가는 이제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점차 변해가는 테크놀로지 문명사회에 대한 비판의식과 인간관계의 형성에 있어 패러다임 변화에도 깊은 문제의식을 제기하기 시작한다. 결국은 정보사회라는 굴레 속에서 상호 링크되고 네트워크 되어지는 현대사회의 관계성속에 생겨나는 다양한 모순과 부정적 의미를 유기적이고 흥미로운 작품들로 표출해 낸 것이다.

 

  이제 작가는 보편화 되어 버린 정보통신의 기술과 디지털문명의 이기(利器)에 대한 부정적 의미보다는 이를 통해 네트워크화 되어가는 인간 서로간의 문제와 실존의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을 가져야 할 것이다. 회화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기간동안 우리와 함께 해 온 조각에서 표현되어졌던 고정적 조형양식에서 벗어나 직관적이며 이성적인 조형의식이 새롭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조각이 추구하는 진정한 주제와 표현양식의 균형적인 발전이 이제 신강호와 같은 젊은 작가들의 의식과 작업태도에 달려 있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 미술계의 과제인 셈이다. 이처럼 뚜렷한 작가 의식 속에서 인식되어지는 현실적 담론을 진솔하고 창의적으로 표현되어지는 작품 활동을 위해 사회의 다각적인 지원과 조형예술에 대한 노력들이 함께 수반 되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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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3. 9. 3.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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