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신강호 평문-양준호.hwp

 

신강호-링크된 곳으로 옮겨 움직이기

 

양 준 호

 

  신강호의 큰 주제는 링크이다. 링크의 사전적인 의미는 첫째, 기계의 동력을 이어주는 장치, 둘째 전산 용어로 두 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결합하여 실행하는 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지정하는 파일이나 문자열로 이동할 수 있도록 걸어 놓은 홈페이지 간의 관련, 그리고 두 개 이상의 물건이나 사건을 연결하는 것, 사슬이 연결된 고리 부분 등이 있다.

 

유리상자전 작품   예술 창조공간에 들어가다전 작품

 

  링크를 연결이란 작가가 우리말을 사용하지 않는 데는 더 구체성을 가지거나 추상성을 가진 의미를 띄우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봉산문화회관] 유리 상자 전시의 <링크> 작품을 처음 보고, 많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바닥에 무당벌레 같은 형상의 자동진공청소기가 만든 무늬가 있었다. 그 청소기는 필터를 조작 재구성하여 바닥에 깔린 검은색 가루를 빨아들였다 뱉어내면서 자동화된 프로그램으로 이동하여 청소기가 지나간 길을 따라 무늬가 생겼다. 그 무늬는 바닥에 지나간 궤적을 만들어 놓아 구조적 조형미가 있다. 그리고 그 위쪽에 뚫어생김을 한 원통을 나무 둥지처럼 설치해 놓았다. 뚫린 구멍 사이로는 공간이 가려진 부분과 연결된 부분으로 내부를 뚫어 볼 수 있는 투명의 효과를 살린다. 내부 일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구조라서 뒷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거의 알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나의 구조체가 이루어지는 것은 그냥 구조라는 의미로도 확장된 생태를 보여준다.


  그리고 [현대미술-예술 창조공간에 들다] 전시에서 보여준 링크 작업은 기계로서의 의미를 훨씬 더 확보하고 있다. 모터 소리와 모터 동력에 의해 서로 연결된 기어들이 서로 잇대어서 돌아가다 소리를 낸다. 그 소리가 전시장에서 기묘한 환경을 만든다. 그 속에 서로 연결된 기어들은 서로 순서의 연결을 정교히 하여 모두가 같은 속도가 아닌 속력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전시장에서 소리가 전시장 벽에 부딪혀 되울리도록 하여 극적이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주는 기계적 효과음인 에코(echo)음들은 많은 상상력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채플린이 주연한 영화 <모던 타임스 Modern Times>의 한 장면이거나, 명절에 떡방앗간에서 있었던 커다란 모터에 연결된 길고 큰 벨트와 연결된 가래떡 뽑는 기계와 같이 삶 일부분을 소리로만 연상하게 해준다.

 

  그가 링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신강호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환경, 교육, 장애인 문제 등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문제에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형식의 작품 발표를 하여 미술의 영역에서 소통의 문제를 고민한다. 예컨대 머리에 선풍기를 설치하여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진동에 떨리는 인체로 기계화된 현대문명을 비판한 <나는 지금 떨고 있다>, 생명의 존귀와 보존을 염원한 <생명>시리즈, 환경문제를 다룬 <회색빛>, 학교 교육문제에 접근한 < 오늘도 학교는 안녕하다>, 한국 경제위기를 조형적으로 해석한 <HOMELESS>와 사랑, 안녕 등의 점자를 테라코타로 표기하여 조형된 통 안에 넣어 놓고 가져가게한 <가져가세요>등이다. 이러한 작품의 내용은 공공성이 있다. 사회적 기능에 대한 고민을 작품의 소재로 한다는 것은 가볍지 않은 예술적인 소통이나 공감대로 나아가는 일이 필요하다.


  작업의 공감대나 소통의 의도는 두 개 이상의 물건이나 사건을 직접적인 연결이나 정신적인 유대일 것이다. 그는 작업이 복잡해지는 이유가 “링크의 철학적인 의미인데, 유기적인 관계 연결, 인간관계, 일에 대한 관계들로 사람이 혼자서는 살 수 없는데 누군가와는 연결되어서 살아가는 연결과정에서 받는 삶의 형태”라고 한다. 삶의 방식이 다르고 어떤 관계는 상투적이어서 새롭지 못할 수도 있고, 그런 연결 고리에서는 벗어나고 싶을 수도 있지만 벗어날 수 없는 사회적인 구조가 있고 감성적인 면이 있어서 “작품이 복잡해지나 봐요, 단순한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정신없이 복잡함속에서 미적 구조를 찾아” 가려는 과정에 대한 의도도 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 지난 작품과의 차이를 첫째, 동력을 관객의 손에 맡긴다는 것이고, 둘째는 돌아가는 기어에 뚫어생김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동력을 기본으로 사용한다면 링크에서의 개념을 크랭크로 상정해 봄직도 하다. 더 좁은 의미가 되겠지만, 운동의 성질을 바꾼다는 의미에서는 어떨까 한다. 
  

 

 

 

이번 작업에서는 연결되는 기어에 뚫어생김을 하여 기계 형상의 아름다움에 더하여 기계의 구조적 아름다움도 더한다고 하니 사뭇 기대가 크다. 시간의 흐름을 표기하기 위해 여러 개의 톱니바퀴의 조합을 따라 움직이는 내부가 보이는 투명 시계와 같이 그의 작업은 조소적인 활동성이 있다. 그리고 특히 관객이 직접 돌리는 손잡이를 돌리면 전체가 움직인다고 하니 그 움직이는 동력이 관람자라는 것에서 기대가 크다. 관객과 함께한다는 것은 누구나 쉽지 않은 미적 생각이다. 직접적인 행위들을 작가의 의도에 따라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단순한 미적인 의미를 떠나서라도 놀이라는 것으로 함께 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조소가 가진 양감과 조형미가 ‘서로의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는’ 관객과 소통에 직접 의미를 바꾸어 작가의 의도대로 연결되길 바란다.

 

카테고리

평론글 REVIEW

날짜

2013. 9. 3.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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