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오브제를 활용한 작업은 내가 아직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끝까지 가지고 가는것 같다.

 

<나는 떨고있다 / 선풍기, 클레이, 기계부품 /1997년>

처음 대학을 졸업하면서 "나는 떨고있다"라는 작품에서 선풍기를 활용하여 인체를 만들면서 시작된 기계적 움직임은 매우 흥미로운 조형언어였던것은 분명한 사실인듯 하다.

그러나 기계류를 이용한 작업들은 예기치 못한 오작동과 결함으로 항상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애물단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품이 움직이며 관람자들에게 주는 충격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충격을 작품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내리는것이 이번 연구의 목적이다.

 

 

 

 

 

 

 

 

 

 

 

 

 

로봇청소기를 이용한 작품 구상

 

2011년부터 로봇청소기를 이용하여 설치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나는 로봇청소기를 보면 벌레가 연상되어졌다. 그것도 무당벌레가.. 그래서 무당벌레의 이미지를 한 로봇청소기를 이용하여 어떤 표현이 가능할까를 여러가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2013년 개인전 작품 일부>

 

 

로봇 청소기를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아 어떤 기능이 있는지 알수가 없어서 일단 중고로 거금을 들여 한대 구입하였다. 이리 저리 움직이는 모습들을 보면서 정말 벌레의 이미지가 더욱 내 머리속에 확실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 무당벌레의 이미지로 하기로 정하였으나 단지 움직임만으로는 뭔가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움직이면서 다른 무엇인가를 하면 더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바닥에 물감같은 잉크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게 할까등 여러가지 생각끝에 일단 바닥에 어떤 행위를 하기로 하였다.

바닥에 그림을 그리게 하기 위해서는 일단 가장 중요한 요건인 지속성을 갖고 있는 재료여야만 했다. 작가가 전시기간내내 옆에서 계속 돌봐줄 수가 없기에 한번 설치해 놓으면 지속적으로 스스로 움직이면서 작동을 할 수 있는 재료여야만 했다.  그래서 생각한것이 색모래이다. 모래시계를 보면 일률적으로 모래들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색모래를 청소기가 흡입하면 먼지통에서 모인 모래들은 다시 구멍을 통해서 바닥으로 흘러 내려가게 하는 것이 좋을것 같았다. 그럼 들어오는 만큼 나가기 때문에 먼지통을 일일이 비워주어야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샌드페인팅을 보면 모래그림이 갖는 특수한 효과가 재미도 있기 때문에 더욱 드라마틱하게 표현될것이라 생각하였다. 작품 준비 기간내내 이러한 것을 시연해볼수가 없어 어떤 느낌이 나올지 나의 머리속 상상으로만 존재했었다. 확실한 이미지가 없이 상상만으로 밀어붙이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었으나 나름 확신이 있어서 설치 당일까지 그냥 묵묵히 재로만 준비를 해놓고 기다렸다.

설치당일 모래를 바닥에 뿌리고 로봇청소기를 작동해보니 나름 내가 기대한 이상의 효과가 나와서 무척 안도하였다. 내가 완전히 계획하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우연성이 첨가되면서 나름 만족스러움 표현이 되었다.

아쉬운 점은 로봇청소기가 일률적으로만 움직임을 갖는것이 아쉬웠다. 타사 제품에 있는 자유청소모드가 없는것이 못내 아쉬웠다. 진행 방향이 랜덤으로 이동하는 기능까지 함께 했다면 더 재미있는 바닥 패턴들이 나타날수 있었을텐데 못내 아쉽다.

그리고 예상치 문제가 또하나 발생했다. 청소기가 청소를 다 하고 나면 자동충전상태로 정지되어 있는것이다. 다시 동작 버튼을 눌려줘야만 다시 움직인다.. 전시장 안에 관람자가 들어가지 못하는 특수한 전시환경때문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날짜

2013. 4. 2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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